미국에서 제 삶을 살고 있는 큰딸아이의 할머니에 대한 마음 (옮긴 글) 2010. 10. 2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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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. 3월에 잠시 귀국했을때 문병차 안동 고향집을 들러 할아버지와 사랑채 마루에서...........
며칠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.
내가 일본에 있어 뵙지 못하는 사이 노환으로 몸이 많이 약해지셨고 졸업 후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안동에 뵈러 갔을 때는 거동은 불편하셔도 기억력도 좋으시고 농담도 하고 하셨는데 그 때 '미국 가기 전에 다시 올게요' 하면서 손 잡고 떠나는 인사 할 때 왜그리 걸음이 떨어지질 않던지, 그 때 할머니 눈빛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할머니 뵙는 건 오늘로 마지막이겠구나 했었더랬다.
결국 내 사는게 바빠 다시 찾아뵙지는 못하고 이렇게 미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.
어려서부터 친할머니 할아버지,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네 분 모두 건강하셔서(불과 몇 년 전까지 친가쪽으론 증조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계셨다) 그게 은근한 자랑이었는데, 세월이 지나 그 중 한 분을 여의게 되었다.
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가 하는 실감이 공포로 다가왔다.
아빠가 겪으실 여러가지 감정이 언젠가는 내 일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.
한 편으로는 할머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그래도 할머니 목소리를 듣고 같이 사진도 찍고 했던 날로 남아서 다행이었다.
그동안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할아버지였는데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지시면서 할아버지만 찾으셔서 할아버지가 하루종일, 밤새 붙어 할머니를 돌보셨기 때문이다.
분명 육체적으로도 힘드셨을텐데 병원에는 보내기 싫다고 끝까지 집에서 돌보셨다.
엄마에게 전해 들으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염 할 때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하고싶은 말씀 하시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"당신 영원히 사랑할거야" 라고 하셨다고 한다.
생전에 젊어서 두 분이 어떤 부부였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 하신 할아버지 마음을 할머니가 꼭 알고 가셨기를 바랐다.
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운 분을 보내드리고 보니 새삼 매 순간을 후회없이 보내야하는데.. 하는 생각이 든다. 건강하실 때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연락이라도 자주 드릴 걸 하는 후회나 마지막에 한 번이라도 더 뵙고 올 걸 하는 후회같은 건 이미 부질없고, 지금 내가 가진 것,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뜰하게 잘 챙겨야겠다 한다.
모든 것에는 한정이 있고 기회란 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왜 늘 잊고 사는지..
지금도 그 때 그 자리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실 것만 같은데 그 존재가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 참 믿기 어렵다.
워낙에 손재주가 참 좋으시고 늘 여자답고 고운 분이셨다.
손수 당신 입으실 수의를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두셨다고, 그 옷을 입고 떠나셨다고 하니 부디 고운 곳으로 가셨기를 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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